[한줄요약] 서구의 진보적 가치에 반감을 품고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찾아 이주한 서구인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선전과는 달랐다.
2026년 6월 26일 자 기사 기준,
최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권 국가에서 러시아로 이주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을 움직인 동력은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전통적 가치'와 이른바 '안티 워크(anti-woke)'라 불리는 '공유 가치 비자(Shared Values visa)'다.

러시아는 2024년, 서구의 '파괴적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 이 비자를 도입했다. 신청자는 러시아의 영적·도덕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언어나 역사 시험 없이도 최대 3년간 체류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자신들을 서구의 도급적 타락에 맞서는 '전통 가치의 수호자'로 포장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선전 뒤에는 참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텍사스에서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던 레오 헤어(Leo Hare)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변화에 실망해 러시아를 낙원으로 믿고 이주했지만, 도착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신뢰했던 인물에게 약 6만 6천 달러 규모의 사기를 당해 가족과 함께 노숙 위기에 처했다.
레오는 현재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정보 접근 제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과거 자신이 러시아의 선전을 홍보하는 데 일조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는 우리가 누리던 인권 가치가 없다'며 서구의 자유를 그리워하고 있다.
러시아를 낙원으로 묘사하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주장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러시아로 이주한 또 다른 사례자인 벤(Ben)은 러시아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러시아 내 높은 이혼율과 낙태의 보편성 등을 언급하며, 서구인들이 주장하는 '보수적 낙원'이라는 프레임이 과장되었음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이 실험적인 이민 정책은 아직 대규모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치관의 충돌을 이용해 서구인들을 끌어들이려는 크렘린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